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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매 소녀

발행일
2022/09/27
장르
청소년소설
스쿨미스터리
판타지
작가
박에스더
분류
쇼-트
보도자료
[안전가옥]보도자료_영매 소녀.hwp

영매 소녀

외로운 소녀와 비밀스런 고양이, 낯익고도 낯선 시공간 속으로

타로 점을 잘 보기로 유명한 여고생 최은파. 관심과 돈을 받는 데 재미를 붙여 점괘를 토대로 같은 학교 학생들의 문제 해결에 나선다. 학교의 마스코트인 검은 고양이 이채. 제령 솜씨가 별로인 은파를 놀리고 귀한 먹이를 얻는 데 맛을 들여 은파의 숨은 조력자로 활약한다. 둘은 함께 사건들을 해결하는 사이 학교에 전해 내려오는 오랜 전설의 핵심에 접근하게 되는데, 그 전설은 놀랍게도 각자의 운명과 깊이 관련되어 있었다.
기숙 여학교 오컬트 판타지 《영매 소녀》는 장르명에서 짐작할 수 있는 매력을 빠짐없이 선사한다. 반듯하게 예쁜 선배가 다가와 말을 걸 때의 두근거림, 아찔한 속눈썹 컬을 만들어 준 뒤 사물함 안에서 대충 굴러다니는 마스카라, 온 학년이 모이는 급식실에서 은밀하게 퍼져 가는 소문, 모두가 알지만 침묵하는 진실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타로 카드. 외따로 있어도 충분히 눈길을 끄는 이 조각들은 신령과 교류하는 능력을 가진 은파의 극적인 성장과 모험의 일부가 됨으로써 더욱 흥미로워진다. 별나기에 외로웠던 소녀가 특별하기에 당당해지기까지의 여정이 그 안에 촘촘히 담겨 있다.

지금 《영매 소녀》을 만나보려면?

종이책

목차

에피소드 1. 금기, 택일(禁忌, 擇日) · 6p
에피소드 2. 청신(請神) · 78p
에피소드 3. 송신(送神) · 144p
작가의 말 · 232p
프로듀서의 말 · 234p

작가 소개

박에스더

기억에 남을 수 있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지, CJ ENM, 스튜디오드래곤이 주관한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공모전 중편 부문에서 〈뉴 월드〉로 입상하였으며 〈미카엘라〉 시리즈로 비룡소의 마시멜로 픽션 대상을 수상하였다. 이외에 출간된 작품으로 장편 《D클럽과 여왕의 여름》이 있다.

줄거리

기숙학교인 Y여고의 1학년생 최은파에게 3학년 선배 김기율이 접근한다. 독특한 집안 내력과 남다른 능력 때문에 다른 사람과 좀처럼 가까워지지 못했던 은파는 길거리 캐스팅된 전적이 있다는 인기인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의아해하면서도 남몰래 기뻐한다. 은파는 선배와 더 가까워지기 위해 특기인 타로 점을 활용해 교내의 기묘한 사건을 해결하기 시작하고, 그사이 학교의 마스코트인 검은 고양이 이채와 동료가 된다. 기분 좋은 주목과 동료와의 유대감에 취해 있던 어느 날 은파는 선배들 앞에서 무심코 타로 점괘 하나를 내뱉는데, 그 말은 학교에 오래도록 내려온 전설부터 엄마의 과거에 이르는 온갖 비밀을 밝힐 결정적인 열쇠가 된다.

우리나라에서 고등학교 생활을 해 봤다면

국립민속박물관에서 2008년에 재미있는 조사를 한 적이 있다. 서울 시내의 한 여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부와 시험에 관한 속설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본 결과, 그 수가 자그마치 800여 개나 되었다. ‘미역국을 먹으면 미끄러진다.’ 류의 이야기가 그토록 다양했다는 것이다. 대학 입시가 우리나라 고등학생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조사 결과다.
《영매 소녀》의 무대 Y여고는 대학 진학률이 높기로 유명한 지방의 기숙학교다. 인근 지역보다 큰 규모의 도시에 자리하고 있어 주변 중학교에서 난다 긴다 하던 학생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고등학교 생활을 해 봤다면, 최소한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의 처지를 알고 있다면 Y여고 3학년 교실의 분위기를 대략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입시와 관련해 수십 년 동안 내려오는 전설을 묵묵히 따르는 3학년 학생들을 이해하는 일 또한 그리 어렵지 않다.
수능을 앞두고 있지 않아도 걱정이야 늘 존재하는 법인데, Y여고의 수험생들 마음은 오죽할까. 타로 리딩에 일가견이 있는 주인공 은파는 의뢰인이 품은 고민의 핵심을 짚어 내면서 금세 교내의 유명 인사가 된다. 사용한 도구가 타로 카드일 뿐 사실 은파가 지닌 능력은 신령과 인간의 중간자인 영매로서의 힘이다. 마침 Y여고의 위치는 예전부터 마을 사람들이 신령에게 소원을 빌곤 했던 서낭당 근처다. 간절한 바람이 모인 장소라는 점에서 고등학교와 서낭당은 닮았다. 지극히 한국적인 입시 제도는 지극히 한국적인 무속(巫俗)과 그렇게 맞물린다.

학창 시절에 누군가를 마음에 품어 봤다면

은파는 타로 카드를 예전부터 가지고 다녔지만, 다른 사람에게 들키고 싶어 하지는 않았다. 불쾌한 진실을 그대로 이야기했다가 내쳐졌던 어린 시절의 경험 때문이다. 숨겨져 있던 은파의 능력을 꺼낸 사람은 3학년 방송부장 기율 선배다. 눈에 띄는 미모의 소유자인 기율 선배는 은파에게 미소 지으며 다가와 “예쁘네.”, “저번 입학식에서, 너만 보였어.”라고 말한다. 엄마조차 해 주지 않았던 말을 건네는 사람은 일단 붙잡아야 한다. 은파는 해묵은 트라우마를 딛고 카드를 꺼내 사람들과의 접점을 늘린다. 기율 선배와 대화할 기회를 얻기 위해서다.
은파가 처음 사건을 해결하면서 우연히 얻은 오래된 사진에는 Y여고의 옛 교복을 입은 양 갈래 머리 소녀가 찍혀 있었다. 너무 밝은 햇살 탓에 얼굴이 희미해졌지만 카메라를 든 사람에게 보냈을 환한 웃음만은 또렷했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능력을 본격적으로 발휘한 이후 은파는 그 소녀도 학생 시절 누군가를 마음에 품었음을, 자신을 부르는 그를 평범한 얼굴로 돌아보려면 숨을 한 번 삼켜야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은파가 과거의 자신을 버렸듯이 그 소녀 역시 소중한 사람을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발랄함과 서늘함을 오가며 거대한 사건으로 나아가는 《영매 소녀》의 한복판에는 시리도록 사무치는 마음이 있다. 상황이 절박하게 치닫는 순간들 사이에도 결 고운 심리 묘사가 자연스레 녹아든다. 의미 없는 쪽지를 거두어 보석함에 넣는 조심스런 손길, 함께 달리는 동안 섞이는 두 사람의 머리칼. 그 시절에 누군가를 아꼈던 사람은 안다. 네가 원하는 건 다 주겠다는 말에 한 치의 거짓도 없었다는 것을. 그런 감정을 주고받아 본 사람은 기꺼이 과거와 결별하고 미래를 바칠 수 있다. 자신의 운명에 맞서겠다는 굳은 의지 역시 가득 채워진 마음에서 피어난다. 한때의 추억으로 소모되지 않는, 인생을 건 선택의 이유가 된 사랑은 그렇기에 평생토록 찬란하다.

책 속으로

김기율의 미소는, 쏟아지던 햇살보다 환하고 강렬해서 나는 순간적으로 숨을 어떻게 쉬는지를 잊어버렸다. 관심과 찬사를 받으며 태어나 오랜 시간 동안 계속 사랑을 한 몸에 받은 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아우라가 단번에 나를 사로잡았다.
선배가 웃으면서 슥 손을 내밀어 내 입술을 꾹 눌렀다. 차가운 선배의 손가락이 입술을 당겼고 입 안으로 겨울바람이 휙 들어왔다.
혹은, 선배의 숨결이.
p. 21
평범한 고양이로 모습을 바꾼 그놈이 풀쩍 식탁으로 뛰어내려 내 뺨을 핥았다. 까슬한 고양이 혀가 소름 돋게 차가웠다. 피가 곧 멈췄다. 나는 바닥에 흩뿌려진 핏방울까지 싹싹 쓸어 먹는 검은 그림자를 내려다보았다.
“개구리는 왜 처먹어?”
차마 피를 먹는 이유까지는 물을 수가 없었다. 무슨 대답이든 듣고 싶지 않았으니까.
“살아 있는 개구리가 얼마나 맛있는데. 어차피 네가 먹을 거 아니었잖아. 어, 혹시 먹으려고 했어? 그래서 젓가락으로 집은 거야?”
“아니, 아니! 아니거든! 내가 개구리를 왜 먹어?”
p. 35
“은파 너, 타로 카드 볼 줄 알아? 몰랐네! 신기하다! 요새 이런 거 많이 보던데.”
“완전 인기잖아! 학교 페이지에 누가 타로 점 봐 주겠다는 게시 글 올라오면 난리 나더라.”
뜨끔했다.
그건 내가 올리는 글이었다. 학교에서는 아무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지만 인터넷에서는 달랐다. 타로 점을 봐 주겠다고 한마디만 하면 순식간에 댓글이 달리곤 했다. 그 작은 관심이 무턱대고 좋았다.
p. 43
“원래가 그렇잖아. 신과 인간을 이어 주는 중간 매개자 역할을 한다는 건, 보통의 인간은 소유할 수 없는 신의 눈을 반쯤은 가지고 있다는 거지. 신의 눈은 인간의 눈과는 다르게 시간에 매여 있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과거나 미래를 볼 수 있다고?”
“꼭 그렇게 멋대가리 없게 말을 해야겠어?”
“왜. 이해하기 좋잖아.”
“굳이 따지자면 네 말을 듣지 않는 타임머신을 탄 상황에 가깝지. 네가 보기를 원하지 않았던 것들도 마구잡이로 보게 될 테니까.”
p. 64